<트럼프, 크립토 대통령이 되기까지>
(위) 미국 친크립토 정치인(보라색 주) 분포도, (자료: Stand With Crypto)
2024년 11월 6일,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제47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습니다. 이로써 트럼프는 제45대 대통령(2017-2021)에 이어 2025년 1월 20일부터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게 됩니다. 대표적인 크립토 지지자 트럼프의 당선에 힘입어 다수의 공화당 의원들이 미의회에 선출되었는데, Stand With Crypto 집계에 따르면 이번 대선을 통해 크립토 산업을 지지하는 인사들이 하원(House of Representatives)에 271명, 상원(Senate)에 19명씩 선출되었습니다.
미의회의 하원과 상원은 미국의 입법 체계와 권력의 균형을 유지시키는 중요한 정치 시스템입니다. 각원의 고유 업무가 정해져 있기도 하지만(예. 하원: 세금, 교육, 고용 등, 상원: 외교, 군사 등) 입법권에 있어서는 하원이 법안을 제안 및 심의하고, 통과된 법안을 상원이 수정 또는 부결하게 됩니다. 또한 대통령, 부통령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탄핵(하원 발의, 상원 재판)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정치 시스템 하에서 이제 미국은 위 그림과 같이 대부분의 주에 친크립토 정치인이 분포되었습니다. 트럼프가 약속한 것처럼 미국은 크립토 산업의 리더십을 확보할 준비가 되었고, 불필요한 규제 완화와 암호화폐에 대한 우호적인 정책 도입을 통해 2025년부터 변화가 시작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위) 2019년 공개적으로 비트코인을 비판하는 트럼프 (자료: 트럼프 X)
크립토 시장 참여자들의 모든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트럼프이지만, 사실 그는 암호화폐를 완강히 반대하는 인물 중 하나였습니다. 2019년 제45대 대통령 임기 당시 트럼프는 비트코인을 포함한 암호화폐는 실체가 존재하지 않고, 가치의 변동성으로 인해 돈으로 사용될 수 없으며, 마약 거래와 같은 불법 행위에 이용될 뿐이라며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공개적으로 비판했습니다.
2017-2018년 비트코인이 대중들에게 알려지고 난 뒤 다음 상승장(2020-2021년)을 겪기 전까지 암호화폐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대부분 부정적이었기 때문에, 트럼프의 발언이 특별히 이상할 것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추앙하면 사기꾼 소리만 듣던 시절이기도 했습니다.
(위) 트럼프 NFT 컬렉션 'Trump Digital Trading Cards' (자료: 홈페이지 및 OpenSea)
그런 그에게 변화가 찾아왔는데, 2022년 12월 트럼프는 돌연 NFT 컬렉션 ‘Trump Digital Trading Cards’를 출시합니다. 본인이 캐릭터로 삽입된 45,000개의 NFT 컬렉션은 개당 $0.99에 판매(민팅) 되었고 어렵지 않게 완판을 기록했습니다. 무엇보다 트럼프는 NFT 2차 거래에 의한 로열티로 487만 달러(약 68억 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본 글을 쓰고 있는 현재 기준, NFT의 최근 거래가격은 약 120 달러로 민팅가 대비 100배 이상 가치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뼛속까지 기업가 출신인 트럼프가 NFT 판매를 통해 암호화폐의 가능성을 확인한 것인지, 이 시점부터 그는 2024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적극적으로 크립토 산업에 대한 긍정적인 발언들을 쏟아내고 본격적으로 크립토 대통령을 자처하기 시작합니다.
(위) 트럼프 연설 장면 중 (자료: BitcoinMagazine X)
먼저 트럼프는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의 발행을 반대한다고 공표했습니다. CBDC는 개인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정부가 통제하는 수단이라고 비판하면서 국민의 금융 자유 박탈을 절대 허용하지 않겠다며 선을 그었습니다.
이후에도 친크립토 행보를 이어갔는데 선거자금을 위한 기부에 암호화폐 사용을 보장하고, 과거 암호화폐에 대한 본인의 적대감을 중단하고 수용할 것임을 약속하며, 암호화폐 기업들에 대해 매우 긍정적이며 개방적이라고 발언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현재 남아있는 모든 비트코인이 미국에서 채굴되길 원하고 이것이 미국을 에너지 강국으로 만들어줄 것이라며 비트코인에 대한 애정을 강하게 표출했습니다.
(위) 피격 사건 직후 Fight를 외치는 트럼프 (자료: CNN)
대선을 4개월가량 앞두고 트럼프는 뜻하지 않은 사건을 겪게 됩니다. 펜실베니아 주에서 유세활동을 펼치던 중 트럼프가 총격을 당했는데, 불행 중 다행으로 총알이 귀를 스쳐 지나가 치명상을 면했습니다. 이때 트럼프는 부상 직후 주먹을 치켜 올려 Fight를 외치며 본인이 건재함을 지지자 및 전국민에게 각인시켰습니다.
피격 사건을 전화위복으로 트럼프의 지지율이 치솟았고, 크립토 시장에서는 트럼프 관련 각종 밈코인들이 급등하는 재밌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특히 당시에 한 달간 이어진 비트코인의 하락세가 단숨에 상승전환에 성공한 것을 보면 트럼프 효과가 크립토 시장에 얼마나 영향력 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위) 크립토 관련 트럼프 주요 공약
트럼프는 크립토 산업 연례 행사인 비트코인2024 컨퍼런스에 연사로 참여하여 전세계 시장 참여자들 앞에서 비트코인에 대한 비전과 관련 공약을 제시했습니다. 그는 크립토 산업의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하여 중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절대 뒤쳐지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고, 크립토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들로 구성된 자문위원회 설립을 통해 합리적인 규제를 수립해 나갈 것을 약속했습니다.
특히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은 미 정부의 전략적 비축자산으로 비트코인을 채택하는 것입니다. 트럼프는 35조 달러에 달하는 미국 국가부채를 해결하는데 비트코인이 인플레이션 헷지 수단으로써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비트코인이 정부 비축자산으로 편입될 경우 크립토 시장 규모는 한 단계 더 성장하게 될 것입니다.
트럼프가 미국 제47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현재, 정말 많은 사람들이 변화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책 결정 과정에 있어서 의회통과 과정이 필요해 실질적 변화까지는 상당 기간이 소요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트럼프의 공약은 상당 부분 완화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트럼프 효과처럼, 크립토 대통령 그 존재만으로도 이미 시장은 이번 사이클 최대 호재로 받아들인 건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