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베어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NFT 시장 역시 반등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한 때 145ETH에 달했던 BAYC의 바닥가격은 현재 27ETH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 고점 대비 80% 이상 하락한 배경에는 Machi Big Brother으로 알려져 있는 대만 뮤지션 제프리 황(Jeffrey Huang)의 영향이 크다.
제프리 황은 지난 4월 NFT 시장에서 완전히 발을 빼겠다고(I’am out of the nft space FRFR) 선언하고, 그가 소유한 지갑으로 추정되는 주소를 통해 며칠만에 Blur에서 50여개의 BAYC NFT를 매도했고, 그 중 무려 19개의 매도(651ETH)가 단 한번의 트랜젝션을 통해 이뤄졌다. 이 후 BAYC의 가격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는데, NFT 시장에서 KOL(Key Opinion Leader)의대량 매도는 단순 수치 이상의 파급력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NFT는 사실 온라인상의 JPEG에 불과하다는 조롱을 받고는 하는데, 실제로 그 가격의 근간이 될 수 있는 가치창출 능력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웹3 문화에 익숙한 유저들 사이에서도 NFT의 가치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소위 비즈니스 모델이 없는 자산의 가격은 잠재 펀더멘탈보다는 분위기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마련이고, KOL은 그 분위기 형성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한번 떨어진 가격은 그 자체가 도그마가 되어 추가 매도 압력으로 작용하게 되는데, 제아무리 BAYC같은 블루칩 NFT라 할 지라도 악순환의 고리에서 크게 벗어나기는 어렵다.
웹3 중에서도 NFT에서 두드러지는 특징이 있다면 가치창출 구조의 순서가 일반적인 자산과 반대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수요 또는 제품 및 서비스가 나오고, 이에 대한 평판을 바탕으로 브랜드가 형성되며, 시장에서 적정 가격이 형성된다. 이 가격을 기반으로 시장에서 거래가 이뤄지는데, 명품의 경우 높은 가격이 그 브랜드 가치를 높이며 선순환을 그리기도 한다.
반면, NFT는 그림 파일을 매개로 트레이딩을 통해 가격이 제일 먼저 발생하고, 그 가격이 브랜드의 기반이 되는 경향이 있다. 해당 브랜드 파워를 통해 다양한 제품 및 서비스가 파생될 수 있는데, 그제서야 비로소 고가 NFT의 가격이 정당화되는 것이다. 즉, NFT의 가치는 후행적으로 증명되는 가치창출 구조를 갖고 있다.
BAYC 를 기반으로 한 패션 브랜드 | 출처: www.boredapewear.com
문제는 특정 NFT 프로젝트가 브랜드 구축을 통해 실제 가치를 창출해내기 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가시적인 가치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불확실성을 내포할 수 밖에 없고, 그 동안 NFT 가격은 트렌드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KOL은 NFT 프로젝트 성장에 크게 기여할 수 있지만 반대로 이를 무너뜨릴 수 있는 파괴력도 갖고 있다.
Machi Big Brother의 대량매도가 BAYC의 가격에 영향을 준 것처럼, 많은 경우 KOL에 프로젝트의 사활이 걸려 있는 것이다. NFT의 브랜드 펀더멘탈이 가격에서 오다 보니, 프로젝트 팀의 의사결정보다 일부 대량 홀더의 액션이 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NFT에 투자할 시 홀더의 숫자나 집중도가 중요한 고려 사항이 될 수 있다. NFT 보유 집중도가 낮을 수록, 즉, 더 많은 사람들이 골고루 갖고 있을수록 안정된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BAYC의 경우 총 10,000개가 발행되어 있는데, 현재 5,585명(또는 지갑)이 보유하고 있으며 1인당 평균 1.8개를 갖고 있다(1개 보유는 4,531명). 가장 많은 숫자의 BAYC NFT를 보유한 지갑은 495개다. 또 다른 예시인, Azuki는 10,000개의 NFT를 4,366명이 나눠 갖고 있으며(평균 2.29개), 최대 보유지갑은 526개를 들고 있다.
경험적으로 성공적인 NFT 프로젝트의 총 발행량 대비 보유 지갑 숫자 비율은 20% 수준인데, BACY는 56%, Azuki는 45%로 상대적으로 좋은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Azuki NFT 홀더 분포 분석 | 출처: Dune
최근에는 가격 정당성이 빈약하다는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NFT 브랜드를 활용한 제품 및 서비스를 초기부터 준비하는 프로젝트도 다수 보인다. BAYC는 의류브랜드 뿐만 아니라 시계, 음료사업에 진출해있고, Pudgy Penguin의 경우 캐릭터 사업 및 어린이를 타겟으로 한 장난감이나 굿즈 출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마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Pudgy Penguin 장난감 | 출처: Amazon
Crypto Punk를 시작으로 BAYC 등의 블루칩 NFT 프로젝트들이 일정 수준 이상의 브랜드를 구축하는 데는 성공한 것으로 보이는데, 지속가능한 생태계 구축을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향후, 이러한 노력이 보다 안정적인 NFT 시장의 확립에 기여하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