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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널스(Ordinals)에 대해 쉽게 알아보자

2023-07-06 15:48

오디널스(Ordinals)는 비트코인 네트워크 기반으로 NFT를 발행할 수 있도록 해주는 프로토콜입니다. 케이시 로더머(Casey Rodarmor)에 의해 시작되었다고 하는데요. '오디널스(Ordinals)'라는 이름은 첫째, 둘째, 셋째처럼 순서를 나타내는 ‘서수’에서 유래됐다고 합니다.

서수의 개념 | 출처 : Embible


비트코인은 사토시(Satoshi)라는 최소 단위로 쪼갤 수 있는데, 1억 개의 사토시가 모여 한 개의 비트코인이 되는 됩니다. 참고로, 사토시는 비트코인 창시자 사토시 나카모토(Satoshi Nakamoto)의 이름에서 유래됐습니다. 비트코인의 총 발행량이 2100만인 것을 생각하며 사토시는 이론적으로 1억 x 2100만개인 2100조 개가 존재할 수 있습니다. 이 모든 사토시에 0부터 순서대로 번호를 매길 수 있는데 이 번호를 오디널스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원래 사토시는 다른 사토시와 구분할 수 없기 때문에 서로 교환 또는 대체 가능(fungible)하고 그렇기 때문에 비트코인을 거래 매개체로 활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토시에 오디널스 번호를 각각 붙이게 되면 이 사토시와 저 사토시를 구분할 수 있게 됩니다. 즉, 각 사토시가 일종의 이름을 갖게 되면 완전 대체 가능한 성격이 흐려지고, 이런 특성을 이용해 비트코인 기반의 NFT(Non-fungible Token, 대체불가토큰)를 만들 수 있는 것입니다.

대체가능(Fungible) vs 대체불가능(Non-fungible) | 출처 : Markus Baum


이 사토시에 텍스트나 이미지와 같은 데이터를 첨부할 수 있는데, 이 행위를 ‘새긴다’라는 뜻의 인스크립션(Inscription)이라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다른 메인넷에서 민팅(Minting)이라 부르는 발행 프로세스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오디널스로 구분된 사토시에 인스크립션으로 콘텐트를 새기면 비트코인 NFT를 발행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사토시에 데이터를 새기는 인스크립션 | 출처 : Airdrop


오디널스 NFT와 다른 메인넷의 NFT와 차이점은 스마트컨트랙트가 사용되지 않고, 오디널스가 인스크립션되었더라도 여전히 사토시 또는 비트코인인 것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입니다. 낙서가 돼있는 지폐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습니다. 낙서로 더렵혀진 만원도 여전히 만원인 것과 같은 것입니다. 때로는 지폐 위의 낙서가 아트워크의 수준에 이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낙서된 5달러 지폐 | 출처 : 미상


무엇보다 가장 큰 차이점은 오디널스를 통해 NFT를 온전히 소유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보통 다른 NFT를 거래할 때 종종 드는 의문점이 있습니다. 바로 ‘내 NFT 파일은 어디에 저장되어 있을까?’라는 것입니다. NFT를 구입하면 소유권은 나한테 있지만, 그 증명만이 있을 뿐 실제로 그 파일을 다운 받아 저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더리움 같은 블록체인에 온체인 데이터로 기록되는 것이 아니라 가령 AWS 같은 외부(오프체인)에 저장되고 NFT는 그 파일의 위치를 알려주는 것입니다.

반면, 오디널스 NFT를 소유하게 된다면, 낙서가 된 지폐처럼 그 파일 자체를 직접 갖게 됩니다. 온전한 소유라는 개념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블록체인 관점에서 오디널스 NFT는 그 의미를 잘 구현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비트코인이 사라지지 않는 한 영원히 기록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개중에는 가족사진이나 자신의 어릴 적 추억이 새겨진 NFT가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오디널스 NFT로 기록된 가족사진들 | 출처 : Ordinals


사실 인스크립션은 새로운 개념은 아닙니다. 비트코인 창시자인 사토시 나카모토가 첫 번째 블록(The Genesis Block)에 "은행들의 두번째 구제금융을 앞두고 있는 재무장관.(The Times 03/Jan/2009 Chancellor on brink of second bailout for banks.)" 이라는 메시지를 남겼는데 이 역시 인스크립션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후 2012년에 나온 ‘Colored Coins’같이 오디널스와 유사한 방법으로 비트코인에 ‘색’을 입혀 다른 비트코인과 구분하는 시도가 있었습니다.

비트코인 제니시스 블록과 더타임지 1면 | 출처 : 비트코인, 더타임즈


그럼에도 최근들어 오디널스 NFT가 유독 화제가 되는 이유가 있습니다. 과거에는 데이터를 기록하더라도 블록에 80 byte정도 밖에 기록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2017년 세그윗 업그레이드와 2021년에 진행된 탭루트 업그레이드를 통해 블록당 최대 4 MB 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게 되면서 다양한 콘텐트를 기록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두 업그레이드에 대해 간단히 첨언하자면, 세그윗 업그레이드는 디지털 서명을 트랜잭션 밖에서 관리하도록 하여 1 MB 크기의 블록에 더 많은 트랜잭션을 담을 수 있게 하고, 디지털 서명은 메인 블록체인 밖의 공간에서 관리하도록 하여 블록의 크기를 사실상 4 MB 까지 늘리는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탭루트 업그레이드는 디지털 서명이 저장되는 공간에 증인 데이터(arbitrary witness data) 를 저장할 수 있게 함으로써 블록 용량 4 MB를 전부 금융거래 외 특별한 목적의 트랜잭션으로 채울 수 있게 했습니다. 오디널스는 이런 환경 아래 탄생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 탭루트 업그레이드의 원리 | 출처 : chaindebreif.com


다만 비판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오디널스 인스크립션은 텍스트, 이미지 등 데이터를 비트코인 블록체인에 직접 올리는 작업인데, 이로 인해 불필요한 데이터로 비트코인 블록의 저장공간이 채워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 때, 오디널스 인기가 높아지면서 비트코인 거래 수수료도 덩달아 증가했고, 바이낸스에서 BTC 입출금을 하루에 두 차례 중단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한편, 오디널스로 인해 채굴자 보상이 증가하는 순기능이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비트코인은 대략 4년마다 채굴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halving)가 있는데, 채굴 보상이 감소함에 따라 비트코인의 보안을 담당하는 채굴자의 활동 유인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처음 비트코인 50개로 시작한 채굴 또는 블록생성 보상은 어느새 6.25개 까지 줄어들었고, 다음 반감기 이후에는 다시 3.125개가 됩니다. 멀지 않은 미래 비트코인 채굴보상은 1개가 채 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런데, 오디널스와 이를 활용한 BRC-20의 등장으로 채굴자에게 지급되는 수수료가 상승하면서, 이 수수료가 한 때 채굴보상을 넘어서기도 했습니다. 즉, 반감기로 인한 비트코인의 보안 약화를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비트코인 트랜젝션 수수료 vs 블록보상 | 출처 : Blockchair


오디널스의 등장은 비트코인 생태계에 있어 명암을 모두 갖고 있습니다. NFT 보유자에게 영원하고도 온전한 소유권을 보장해주고, 비트코인의 잠재적인 보안 우려도 해소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는 한편, 결제와 송금이라는 비트코인의 본연의 기능을 저해한다는 부작용이 있는 것입니다. 앞으로 오디널스의 등장이 비트코인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줄지 지켜봐야겠지만, 일단 흥미로운 사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디널스 NFT를 발행하기 위해서는 자체 노드를 구성하여 직접할 수도 있지만, 대신 간단히 할 수 있는 다양한 옵션이 있습니다. 우선 시작 전에 1) 약간의 BTC와 2)오디널스와 호환되는 지갑만 있으면 됩니다. 자세한 방법은 뱅크리스에서 작성한 비트코인 NFT 발행하는 법을 참고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