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링크 : 딜사이트 <'이더리움 패싱'은 언제까지?>
이번주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여부를 앞두고 가상자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비트코인뿐만 아니라 작년부터 시장 전반이 반등에 성공했는데, 올해 4월 예정된 비트코인 반감기와 맞물리며 불같은 상승장이 재현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한껏 올라와 있다.
한편, 최근 상승장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고 있는 가상자산이 있는데, 바로 이더리움(ETH)이다. 이더리움으로 말하자면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스마트컨트랙트 기능을 입혀 탈중앙화 생태계를 일궈낸 웹3.0의 효시라고 할 수 있다. 비트코인 외 가상자산을 지칭하는 '알트코인'이라는 범주를 탈피한 유일한 근본 가상자산이기도 하다.
2023년 한해 비트코인이 156% 상승하는 동안 이더리움은 88%의 수익률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비트코인이 가상자산 시장 상승의 시작을 주도해 오긴 했지만, 과거 더 높은 수익률을 가져다준 이더리움의 위세가 예전 같지 않은 것이다. 오히려 이더리움을 제외한 대체 메인넷들이 치고 나가는 모습이다.
특히 솔라나의 부활은 지난해 주요 사건으로 꼽히며 '이더리움 패싱' 현상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 2021년 상승장에서 이더리움보다 싸고 빠른 메인넷으로 주목받았지만, 잦은 네트워크 중단과 주요 투자자였던 FTX의 몰락으로 재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런데 2023년 연간 918%라는 놀라운 상승으로 주류 시장 컴백을 알렸으며 개발자 생태계의 건재함을 과시했다.
뿐만 아니라 코스모스 생태계 역시 셀레스티아와 뉴트론의 등장으로 한층 고도화된 인프라를 갖추며 시장의 기대를 받고 있고, 코스모스 SDK(개발 도구)를 활용한 인젝티브(연간 상승률 2720%)도 새로운 대안 메인넷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더리움은 비싸고 느리다. 한 가지 작업(트랜잭션)을 처리하는데, 경우에 따라 30~50달러(약 4만~6만5000원)의 가스비가 들기도 하고 전송 속도도 느려, 대중이 느끼는 온갖 진입장벽을 다 갖추고 있다. 그러나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DDoS 공격같이 적은 비용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트랜잭션의 남발이 없어 안정적인 네트워크 운영이 가능하고,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보안 위협도 예방할 수 있다. 무엇보다 가스비로 사용된 이더리움이 소각되면서 코인의 총공급량이 감소하는 유일한 디플레이션(deflationary) 가상자산으로 만들어줬다.
이더리움 재단은 고질적인 성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장기간의 업그레이드 로드맵을 준비했는데, 현재의 방향성은 이 숙제를 레이어2에 위임하는 모습이다. 아비트럼과 옵티미즘으로 대표되는 레이어2는 이더리움이라는 레이어1 위에서 동작하며, 더 싸고 빠른 작업이 가능하게 해주는 솔루션이다. 보안성과 탈중앙성은 이더리움을 활용하되 높은 성능은 레이어2에 맡기는 것이다.
이더리움이 기존 샤딩(작업 병렬 처리를 통해 속도를 높이는 기술) 계획을 비틀어 댕크샤딩(dank-sharding)을 발표한 것은 이러한 변화의 시작을 알린 것이다. 현재 레이어2 솔루션은 모체인과 같이 이더리움을 가스비로 쓰는데 1/10 수준으로 비용을 낮출 수 있다. 다만 여전히 경쟁 레이어1 대비 비싼 수준으로 다량의 트랜잭션을 처리하기엔 무리가 있는데, 댕크샤딩 이후에는 이 비용을 더욱 파격적으로 낮출 수 있다. 댕크샤딩의 예비단계라 할 수 있는 프로토 댕크샤딩이 담긴 EIP-4844 업그레이드가 빠르면 연초에 예정돼 있다. EIP 4844를 기점으로 이더리움 가격 역시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반면, 그 혜택이 이더리움을 지나쳐 레이어2로 집중될 것이라는 비관론도 있다. EIP-4844가 큰 그림의 이더리움 생태계 확장에 도움을 주겠지만 저렴한 가스비만큼 수익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더리움은 공공재로서 소모되고 실익 별로 없다는 평가다.
특히 아비트럼은 최근 탈중앙화거래소(DEX) 거래량이 모체인 이더리움을 추월했다. 1월 4일 기준 아비트럼 DEX 거래량은 18억 달러(약 2조3622억원), 이더리움은 14억달러(약1조8373억원)다. 레이어2의 약진은 궁극적으로 이더리움의 발전을 뜻하지만 정작 모체가 되는 이더리움이 뒷방 노인 취급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어찌 보면 이더리움이 최전선에서 한발 물러서는 것이 장기적 안정성에는 나을 수 있다. 모든 작업을 직접 처리하려다 보면 특정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의존도 심화되거나, 과거 경험처럼 일부 작업의 트랜잭션 과다로 인한 가스비 폭등이 일반 유저들의 사용성을 해칠 수 있다.
무엇보다 레이어2는 여전히 이더리움을 기본 가스비로 활용할 것이며 레이어2의 생태계가 비약적으로 성장한다면, 장기적으로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수익도 개선될 수 있다. 흔한 표현으로 비트코인이 디지털 골드라면 이더리움은 디지털 석유라고 한다. 블록체인 웹3.0 생태계를 돌리는데 필요한 연료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석유라는 물질 자체에 열광했다면, 이제는 그 석유가 어떻게 잘 쓰이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진실은 언제나 지평선 너머에 있다. 비트코인 현물 ETF에 다소 묻혔지만, 그다음 타자는 이더리움 현물 ETF가 될 수 있다. 불확실성이 난무하는 암호화폐 시장이지만 이더리움에 실망하기에는 아직 이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