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링크 : 딜사이트 <스테이블코인,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원이 지난달 30일 테더(USDT)를 원화마켓에 상장했다. (사진=코인원)
지난주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원에서 달러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인 '테더(USDT)'를 원화마켓에 상장했다. 스테이블코인 관련 명확한 규제는 없지만 국내 거래소에 있어 스테이블코인은 금단의 영역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코인원은 이번 상장을 통해 적어도 시장의 큰 관심을 이끌어내는 데는 성공한 모양새다.
스테이블코인은 영문 단어의 뜻처럼 그 가격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코인이다. 특히, 미국 달러 가치에 1:1로 연동된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총발행량에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가상자산 시장에서 스테이블코인이 중요한 이유는 법정화폐가 없는 환경에서 자산의 가치를 안정적으로 지키기 위한 매우 유용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이 미래의 화폐로 추앙받기도 하지만, 이미 많은 곳에서 지적하듯이 정상적인 경제활동에 사용하기에는 그 가격의 변동성이 너무 크다는 문제가 있다. '가치의 저장 기능'과 '가치 척도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스테이블코인은 크게 법정화폐 담보(Fiat-Collateralized), 가상자산 담보(Crypto-Collateralized)로 나눌 수 있다. 법정화폐 담보 스테이블코인의 대표주자가 바로 코인원이 상장한 테더다. 법정화폐 담보 스테이블코인은 특정 기관에 법정화폐를 예치하고, 예치금에 상응하는 가치의 스테이블코인을 발행받아 사용한다.
가상자산 담보 스테이블코인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가상자산을 과담보로 예치해 발행되는데 메이커다오의 다이(DAI)가 대표적이다. 참고로, 이전에 알고리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존재감도 상당했는데, 그 유명한 루나의 UST가 바로 알고리듬 스테이블코인이었다. 세간에 잘 알려진 루나의 파산으로 대부분 자취를 감췄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국내에서 뜨거운 감자가 된 것은, 과거 IMF 사태 등을 겪으며 외화 유출에 민감한 전통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서 개인이 서류 제출 등 별도의 증빙 없이 해외로 송금할 수 있는 금액은 10만달러(약 1억3106만원)로 제한돼 있다. 그런데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한 가상자산의 경우 별다른 통제를 받고 있지 않아 외환 당국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금단의 영역으로 치부됐던 스테이블코인이지만, 사실 작년에 코빗이 USDC를 원화마켓에 상장해 거래하고 있으며, 빗썸에서는 DAI가 원화마켓에 상장돼 있다. 규제당국이 현재와 같은 상황을 관망하고 있는 배경을 추측해 보자면, 여전히 어느 정도 통제력을 쥐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어차피 스테이블코인이 아니라도 해외 거래소로 나가는 가상자산을 전부 규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신기술의 갈라파고스를 자처하는 교각살우의 우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내 금융당국은 거래소 간 가상자산 이동을 통제하는 트래블룰을 예외적으로 선제 도입하며 나름의 통제를 위한 기본적인 규제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한편, 코인원이 각종 논란에도 불구하고 테더를 상장한 것은 저조한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포석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스테이블코인의 경우 차익실현을 위해 매매하는 경우가 많지 않아 거래 수수료를 크게 발생시키지는 못한다. 그러나 해외 거래소에서 국내 거래소 간 송금 시 유용한 채널로 활용될 수 있다.
기존에는 다른 거래소로 송금 시 수수료가 싸고 빠른 리플(XRP), 트론(TRX) 등의 가상자산이 주로 사용됐다. 다만, 여전히 추가적인 환전 절차를 거쳐야 하는 번거로움과 송금 중 가격 변동에 노출되는 위험이 있었는데 테더를 통해 이런 장애물을 해소할 수 있는 것이다. 코인원 역시 이러한 점을 반영해 트론(TRX) 네트워크의 테더를 상장했다.
사실 스테이블코인은 국내뿐만 아니라 달러 발행국인 미국 정부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는 주제다. 미국 정부의 통제력을 벗어나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범람을 고운 시선으로 보기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최근 미 재무부는 해외 소재 스테이블코인 발행자에 대한 특별 규제 관할권 등 관련 권한을 확대해 달라고 의회에 요청한 바 있다.
다른 한편, 스테이블코인이 미 달러의 영향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가상자산의 큰 장점은 인터넷만 있다면 특별한 금융 인프라 없이도 다양한 금융경제활동을 가능케 한다는데 있다. 가령, 자국 통화가 불안정한 일부 제3국가나 글로벌 재택근무가 많은 웹3.0 기업에서 임금을 가상자산으로 지불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이러한 해외 스테이블코인의 활용이 확대되면 이론적으로 더 많은 달러가 본국에 예치되고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은 더 많은 미국 국채를 매입하게 된다. 즉, 지금까지 중국이 미국에 수출하고 받은 달러를 미 국채에 투자하는 달러 리사이클링이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비트코인의 출현 이래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이 가상자산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는 오랜 화두였다. 법정화폐와 경쟁하는 관계 아래 불법적 자금 활동을 막기 위한 규제의 대상이 될지 아니면, 기존 시스템의 효율성을 더욱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확실한 건 스테이블코인이 그 관계를 풀어나가는데 있어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