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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파티는 아직이다

2023-03-29 14:52

(출처=MichaelWuensch from Pixabay)


올해 다른 자산군 대비 비트코인의 상승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최근 주춤하는 모습이지만 한 때연초 대비 70% 넘게 상승하기도 했다. 금융시스템 불안으로 글로벌 증시가 부진하는 동안, 오히려 비트코인은 이 혼란을 자양분 삼아 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이번 일련의 사태를 두고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현대 달러 체제의 민 낯이 드러났다며 그 대안으로써 비트코인에 열광하는 모습이다.


다만, 이를 달러의 위기라고 여기는 것은 다소 논리적 비약이라 할 수 있다. SVB로부터 비롯된 뱅크런 위기는 은행의 위기일 뿐 그 자체가 달러의 위기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불과 몇 달 전 FTX 뱅크런을 겪은 이들이 할 말은 아니다. 당시에도 관행의 문제였을 뿐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금융시장의 혼란에도 잘 버티던 비트코인이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한 것은 SVB 예금에 대한 미국 재무부의 보증과 크레딧스위스의 인수합병 소식이 전해지고 나서다. 특히, 무조건적 담보대출 정책인 BTFP(은행기간대출프로그램)는 결국 정부가 달러를 찍어내 은행의 채무를 대신 갚아준다는 것으로 달러 가치 하락 및 불신의 단초로 여겨졌는데, 바로 이 지점에 논리적 비약이 있다. 과거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쏟아지는 구제금융 가운데 탄생한 비트코인이기에 기시감이 드는 이벤트였을 것이다.


오히려 이번 정부 대응을 통한 위기상황 봉합은 그간 금융시스템이 얼마나 잘 대비를 해왔는지, 그리고 정부는 최종 관리자로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며, 그 견고함을 재확인하는 이벤트이기도 했다. 일각에선 사실상 QT(양적긴축)가 종료되고 QE(양적완화)가 재개된 것이라 평가했는데, 이번 예금 보증을 비롯한 BTFP와 QE 간에는 엄연한 차이가 있다.


금융안정은 시장 심리를 얼마나 잘 통제하냐에 달려있다. JP 모건 보고서에 따르면 연준의 BTFP 정책이 사실상 2조 달러의 유동성 투입 효과를 줄 수 있다고 했다. 그 규모만 놓고 보면 QE와 맞먹는다. 그런데 BTFP를 통한 예금보호는 그 규모가 크다 할지라도 실제 자금 투입은 제한적이다. 불안 심리만 잘 통제된다면 시늉만하고 한 푼 안 쓰고 넘어갈 수 있다. 非기축통화국으로서 QE가 어려운 한국에서도 이와 유사하게 수 조원 규모의 채권시장 안정화 펀드가 수 차례 조성된 바 있다.


반면, QE는 경제라는 자동차의 속도를 높이고 유지시키기 위해 유동성을 지속적으로 투입해야 한다. 혹시 몰라 100Km를 달리기 위한 기름을 준비하는 것과, 시속 100km를 계속 유지시키는 작업에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결국 그 말이 그 말 아니냐 할 수 있지만 때린 척했다고 때렸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한편, 비트코인과 함께 고공행진하는 자산이 또 있으니 바로 금이다. 금은 대표적 안전자산이자 인플레이션 헤지자산으로서 최근 금융불안을 동력 삼아 1온스 당 2000달러를 넘나들고 있다. 사실 달러 대체론보다는 비트코인이 금과 같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아직 금융기관 자금이 활발히 유입되지 않은 시장이다. 그럼에도 금 같은 매크로 자산과 같은 흐름을 보이는 것은 몇 가지 추론을 유도한다. 첫 번째로 많은 사람들이 비트코인을 이미 '디지털 골드'로 여기고 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사실 어느 주요 기관이 비트코인을 사고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달러 자산을 동결당하자, 러시아를 비롯 중국, 중동 등 여러 미국 비친화적 국가들이 금을 65년 래 최대 규모로 매입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동기간 비트코인 가격도 크게 올랐다. 투기수요가 주를 이루는 선물 대비 현물 비트코인 거래 비중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비트코인에 새로운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는 것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이번엔 필자가 논리적 비약을 얹자면 그 배경에 주요 기관 또는 일부 중앙은행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민중의 집단지성이던 중앙은행의 은밀한 개입이던 이러한 비트코인의 움직임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앞서 말했듯이 많은 이들의 바람과 달리 최근 미국 정부 및 연준의 대응은 QE가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정말 QE가 시행된다면 어떨까?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진영과 그 외 국가들의 사이가 멀어지는 탈세계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미국 국채 최대 수요국가였던 그 중국은 더 이상 없다. QE에서 비롯되는 무지막지한 유동성 공급에도 낮은 인플레이션을 유지했던 과거 모습을 재현할 수 있을지 보장할 수 없다.


물론, QE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코로나 때 경험했듯 이미 글로벌 금융시장은 아수라장이 될 것이다. '달러'의 가격은 폭등하고 안전자산이건 무엇이건 달러 외 자산은 폭락할 것이다. 때문에 살얼음 같은 상황에서 비트코인의 상승세가 지속 가능할지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 다만, 혼란을 먹고 자라는 비트코인이기에, 최근 보여주는 어엿한 '디지털 골드'로서의 모습은 미래에 더 큰 기대감을 갖게 한다.


원문 링크 : 딜사이트 <비트코인, 파티는 아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