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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현물 ETF, 블랙록은 다를까?

2023-07-05 14:28

(사진 = 픽사베이)


얼마 전 글로벌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BlackRock)이 비트코인 현물 ETF를 신청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에 비트코인 가격이 크게 오르며 3만달러(약 3921만원)를 회복했다. 이미 캐나다나 유럽 시장에는 비트코인 현물 ETF가 상장돼 있지만 글로벌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는 아직이다. 블랙록을 시작으로 인베스코와 위즈덤트리, 피델리티 등 유명 자산운용사들이 비트코인 현물 ETF 신청 대열에 합류하며 이번은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기존에도 미국에 상장된 비트코인 ETF가 있지만 이는 비트코인 선물을 기반으로 한 것으로 현물 ETF와는 다르다. 2017년 말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비트코인 선물 거래가 시작됐고 이를 기반으로 2021년 가을 첫 비트코인 선물 ETF가 승인된 바 있다. 반면 현물 ETF의 경우 과거 숱한 시도가 있었으나 번번이 미국증권위원회(SEC)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번에 블랙록이 신청한 것이 바로 비트코인 현물 ETF다. 투자자 입장에서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방법으로 기존 선물 ETF를 활용하는 것이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국내에서 거래되는 ETF 상품들 역시 지수, 외환 및 상품 선물을 기반으로 상장돼 거래되고 있다. 그런데 비트코인 생태계의 입장은 다르다. 가상자산 시장의 기둥 역할을 하는 비트코인 가격이 힘을 받기 위해서는 원활한 신규 자금의 유입이 필수적이다.


선물 ETF는 특정 날짜를 만기로 하는 선물 가격에 대한 투자다. 쉽게 말해 비트코인 가격 자체에 베팅하는 것이지 비트코인을 매수하는 투자가 아니다. 만약 새로 출시될 비트코인 현물 ETF에 투자가 된다면 ETF 운용사는 그 값어치의 비트코인을 반드시 매수해야 한다. 즉, 신규 자금이 비트코인으로 유입되는 중요한 채널이 생긴다는 의미다.


비트코인 현물 ETF는 암호화폐의 온전한 제도권 편입을 위한 마지막 퍼즐로서 그 영향은 단연코 매우 크다. 이를 통해 기관 투자자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의 암호화폐에 대한 접근성이 크게 개선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금 역시 첫 ETF가 출시된 당시 1온스 당 500달러대였던 가격이 꾸준히 상승하며 현재 2000달러(약 261만원) 수준에 이르렀다.


물론 금 가격의 상승에는 ETF가 아닌 공격적인 유동성 공급으로 인한 달러 가치 하락이 주효했다는 의견도 있지만 ETF의 영향은 무시할 수준이 아니다. 특히 비트코인의 경우 수백여 개의 비규제 암호화폐 전문 거래소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기관투자자들의 투자 접근성이 상당히 제한적이다. 국내만 보더라도 법인과 기관의 비트코인 투자를 위한 공식적인 루트가 사실상 막혀있다고 할 수 있다. 현물 ETF의 출시가 비트코인에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더 클 수 있다는 의미다.


현물 ETF 신청이 처음도 아니고 좀처럼 SEC의 승인을 얻어내지 못했지만 이번 소식에 시장이 주목하는 이유는 신청자가 다름 아닌 블랙록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최대 자산운용사이기도 한 블랙록은 역대 576건의 ETF 신청에서 1건을 제외한 575건을 통과시킨 전력이 있다. 또한 이번 신청 이전에는 가상자산 관련 ETF 상장을 시도한 사례가 없다. 그만큼 많은 준비와 사전 조율을 거쳐 비트코인 현물 ETF를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SEC는 그동안 현물 ETF에 대한 여러 시도를 반려해 왔는데 그 근거로 시장 가격 조작 가능성과 그로 인한 투자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사실 이미 시총 6000억 달러(약 784조3137억원)에 달하는 비트코인의 가격을 특정 세력에게 휘둘릴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 정도면 다소 억지스러운 느낌이 있지만 ETF의 기준가를 결정하게 될 거래소 대부분이 비규제 대상이고 유동성이 분절된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블랙록의 ETF 신청의 경우 그동안 다른 금융사들이 신청한 상품과는 다른 조항이 삽입됐다. 바로 미국 현물 기반 비트코인 거래 플랫폼과의 '감시 공유 계약(Surveillance-sharing Agreement)'이 포함된 것이다. 감시 공유 계약은 유의미한 거래량을 지닌 규제된 시장 또는 거래소의 거래내역, 청산 과정 공개 및 신원확인 절차를 불순한 행위를 탐지하고 가격 조작과 시장 불안정성을 해소하는 장치다. 블랙록은 이번 신청에서 상장 거래소인 나스닥, 수탁기관 코인베이스와 감시 공유 계약을 맺었다.


블랙록이 제시한 감시 공유 계약은 그간 SEC가 방패 삼았던 시장 불투명성 요인을 정조준하고 있는 아이디어다. 금융상품에 관하여 SEC가 무소불위에 가까운 권력을 가졌지만 그렇다고 마냥 버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설득력 있는 이유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직무유기라는 비판과 더불어 국회 등 입법기관의 견제를 받을 수밖에 없다.


블랙록의 ETF 신청 이후 이에 힌트를 얻은 인베스코와 위즈덤트리, 피델리티 등이 잇달아 비트코인 현물 ETF 신청에 나섰다. 국내에도 잘 알려진 캐시 우드의 아크인베스트 역시 기존 신청서에 감시 공유 계약을 수정 보완하여 다시 제출했다. 이들은 감시 공유 계약의 상대로 나스닥이 아닌 시카고옵션거래소(CBOE)를 내세웠다는 것이 블랙록과의 차이점이다.


최근 비트코인을 제외한 주요 가상자산이 증권으로 지목되며 SEC의 규제가 가상자산 업계의 운신을 조이고 있는 가운데 블랙록의 ETF 신청 소식은 간만에 반가운 소식이다. 어찌 보면 규제 방향성의 실마리가 정해지며 본격적인 제도권 편입이 시작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규제당국에 있어 비트코인은 지금까지 '방 안의 코끼리'와 같은 존재였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 시장이 어느덧 규모 있는 자산군으로 성장했지만 애써 무시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비트코인 현물 ETF의 등장은 비트코인 프로토콜의 본질인 '막을 수 없는'이라는 명제를 더욱 강화할 이벤트라고 할 수 있다.


원문 링크 : 딜사이트 <비트코인 현물 ETF, 블랙록은 다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