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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는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가?

2023-02-01 14:16


(출처=MichaelWuensch from Pixabay)


금융위원회는 지난 19일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토큰 증권 발행 및 유통 규율체계' 안건을 의결하며 STO(Security Token Offering, 토큰 증권 발행)를 허용했다. 토큰 증권이란 투자 자산을 분산원장기술 기반의 토큰 형태로 디지털화한 증권이다. 쉽게 말해 블록체인을 활용해 증권성이 있는 권리를 토큰 형태로 발행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이번 안건을 통해 증권의 디지털화 및 제도권 편입을 유도하고, 안전한 장외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도록 관련 플랫폼을 제도화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여러 증권사들이 STO 플랫폼을 출시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고,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등 유관기관들도 관련 인프라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STO는 전통적인 증권발행에 비해 중개비용이 매우 적고 시간이 절약되며, 자산을 쪼개 팔 수 있기 때문에 소액 투자자들의 접근성이 높아진다는 장점이 있다. 상업용 부동산, 미술품, 도로 등 다양한 자산에 개인투자자도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한편, 정작 블록체인 업계에는 STO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있다. 한 때 금융혁신을 주도할 개념으로 각광받았으나 높은 규제의 장벽과 실질적 효용에 대한 의구심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중요한 관문을 넘었지만 투자자 보호를 위시한 까다로운 기존 규제가 STO에도 고스란히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과거 P2P 투자 플랫폼이 최초 등장했을 당시 금융 당국은 비교적 전향적인 자세를 취했지만 플랫폼의 성장에 따라 규제의 요구 수준도 따라 올라갔고 일부 투자자 손실 사고 이후 부정적 여론에 보수적인 규제 기조가 이어지며 업권의 성장 자체가 제한된 결과로 나타났다.


STO의 경우에도 현실적인 위험관리를 위해 대상 자산의 종류 및 범위가 일부로 국한되거나, 기존 금융규제 수준이 적용될 개연성이 있다. 물론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투자자 보호가 가장 우선되어야 할 덕목이다. 다만, STO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는 상품의 다양성과 유연성이 제약되면 당초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STO 플랫폼에 이더리움 프로토콜이 사용된다면 거래통화를 이더리움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하게 될 것인지도 고민해봐야 할 지점이다. 정부에서 프로토콜을 직접 만들자니 탈중앙화 취지가 무색해질 것이고, 법정화폐 거래 기록을 이더리움으로 매번 이관하기에는 기존 결제시스템의 비효율을 답습하는 꼴이다. (참고로, STO를 앞서 허용한 해외에서는 통상적인 토큰 발행 표준인 ERC-20 프로토콜이 아닌 자금세탁방지 등의 기능을 지원하는 ERC-1400 또는 SRC20 등을 사용한다.)


무엇보다, 이미 잘 돌아가고 있는 증권 시스템을 굳이 블록체인화 할 필요가 있냐라는 회의가 있다. 부동산은 리츠를 통해, 미술품은 아트펀드를 통해 조각 투자가 가능하고, 크라우드 펀딩이라는 투자 형태도 있다. 비전형적 자산의 경우 사모펀드를 통해 접할 수 있지만 정작 정부에서는 라임사태 이후 전문투자자 요건을 강화하며 소액투자자들의 진입장벽을 스스로 높인 바 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규제가 충족되더라도 상품 경쟁력 부족으로 투자 수요 자체를 모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대부분의 혁신은 비용의 문제로 귀결되기 마련이다. 기존 금융상품에는 자산신탁 및 관리, 발행 등 높은 비용이 들기에 투자 대상의 규모가 일정 수준 이상이어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블록체인을 활용한다면 국가 또는 금융기관이 직접 개입해야 하는 자산의 등기 및 계약 공증 등에 대한 역할을 낮은 비용으로 대체할 수 있다.


비용절감이 대수롭지 않게 여겨질 수 있으나 문지방 만큼의 높이를 극복하지 못해 좌절된 이상이 결코 적지 않다. 혁신은 변화의 크기가 아닌 결과의 크기로 재단되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결정은 생각지 못했던 다양한 가능성이 실현될 계기가 될 수 있다. 이제는 빌딩 전체가 아닌, 유명 식당, 영화관 등 증권화할 수 있는 자산의 다양성이 획기적으로 확대될 수 있는 것이다.


투명성 및 위험관리 등 규제 당국의 엄격한 잣대가 여전히 걸림돌이 될 수는 있다. 다만, 블록체인이 혁신이라 불리는 이유는 비용 절감뿐만 아니라 이러한 감시 기능 일부를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도 정비가 잘 뒷받침된다면 보다 포용적인 규제 시스템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블록체인의 지향점이 무정부주의가 아니라, 정부의 수고를 덜어주는 보완적 측면을 생각하게 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게다가, STO 규제 확립을 통해 회색지대에 놓여 있는 기존 토큰의 증권성 이슈가 연착륙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수 있고 가상자산 시장으로의 제도권 자본 유입은 블록체인 업계에서 무엇보다 고대하고 있는 변화다.


과거 다니던 회사 앞에 사시사철 북새통을 이루던 유명 식당이 있었는데, 같이 앞을 지나던 동료 한명이 저 식당 테이블을 한 개만 유동화해서 투자하고 싶다는 실 없는 소리를 한 적이 있다. 머지 않아 우리도 맛집 식당의 테이블 하나 정도는 가져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원문 링크 : 딜사이트 <STO는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