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YC 계열 NFT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대만 유명 가수 제프리 황의 트위터(출처=제프리 황 트위터 캡처)
대체불가토큰(NFT)은 한 때 가장 트렌디하고 힙한 개념으로 주목받았다. 가상자산을 넘어 저스틴 비버 같은 유명 스타도 그 대열에 참여하는 등 일종의 문화 현상을 만들어 냈다. NFT 가격은 당시 유행의 열기를 고스란히 반영하며 천정부지로 치솟아 올랐다. 대표적인 블루칩 NFT인 BAYC의 바닥 가격은 무려 5억원 이상을 호가했다.
다만, 모든 유행이 덧없이 흘러가듯 NFT를 향한 뜨거운 관심도 과거가 됐으며 가상자산 시장 전반이 침체기에 빠진 가운데 NFT 가격 역시 힘을 못 쓰고 있다. 한때 150ETH(당시 약 5억3000만원)에 달했던 BAYC의 바닥 가격은 현재 26ETH(5800만원) 수준까지 하락했다. 최근 BAYC의 하락이 두드러진 배경에는 '마치빅브라더'로 불리는 대만 뮤지션 제프리 황의 영향이 크다.
제프리 황은 지난 4월 SNS를 통해 NFT 시장에서 완전히 발을 빼겠다고(I am out of the nft space FRFR) 선언했다. 그가 소유한 지갑으로 추정되는 주소를 통해 며칠 만에 50여개 BAYC NFT를 매도했다. 그중 무려 19개의 매도(651ETH)가 단 한 번의 거래(트랜젝션)를 통해 이뤄졌다. 이후 BAYC 가격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NFT 시장에서 이런 KOL(Key Opinion Leader·인플루언서)의 대량 매도는 단순 수치 이상의 파급력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사실 NFT 트렌드 초기부터 지속가능성에 대한 회의가 끊임없이 제기됐다. 사실상 그림파일에 불과한 NFT에는 높은 가격을 지탱할 만한 가치 창출 능력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물론 각종 멤버십 혜택을 제공하는 NFT도 있었다. 하지만 트렌드를 주도했던 BAYC 같은 블루칩 NFT의 핵심 기능은 비싸게 주고 산 그림파일을 프로필 사진으로 올려 부를 과시하는 것이 전부라는 비판도 있다.
비즈니스 모델이 없는 자산의 가격은 잠재 펀더멘탈보다는 분위기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마련이고, KOL은 그 분위기 형성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한번 떨어진 가격은 그 자체가 도그마(독단적 신념)가 돼 추가 매도 압력으로 작용하게 되는데, 제아무리 BAYC라 할지라도 그 악순환의 고리에서 벗어나기는 어렵다.
물론, NFT를 두고 그저 허상에 대한 의미 없는 팬덤 현상이라고 평가절하할 수만은 없다. NFT 커뮤니티 역시 단순 가격 상승이 아닌 나름 브랜드 지식재산권(IP)으로서의 성장과 가치 창출 로드맵을 갖고 있으며 패션·식음료 사업 등 여러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다만, 이러한 NFT가 일반적인 브랜드 IP와 다른 점이 있다면 가치 창출 구조 순서가 반대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특정 수요에 따라 제품 및 서비스가 나온다. 이에 대한 평판을 바탕으로 브랜드 가치가 발생하며 시장에서 해당 브랜드 제품의 적정 가격이 형성된다. 이 가격을 기반으로 2차 시장에서 거래가 이뤄지기도 하는데 명품의 경우 높은 가격이 그 브랜드 가치를 높이며 선순환을 그리기도 한다.
반면, NFT는 그림 파일을 매개로 트레이딩을 통해 가격이 가장 먼저 발생하고 그 가격이 브랜드 기반이 되는 경향이 있다. 해당 브랜드 파워를 통해 다양한 제품 및 서비스가 파생될 수 있는데 그제야 비로소 고가 NFT의 가격이 정당화되는 것이다. 즉, NFT의 가치는 후행적으로 증명되는 가치창출 구조를 갖고 있다.
문제는 특정 NFT 프로젝트가 브랜드 구축을 통해 실제 가치를 창출해 내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가시적인 가치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불확실성을 내포할 수밖에 없고 그 기간 NFT 가격은 트렌드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NFT 팬덤 자체보다는 브랜드 IP를 활용한 제품 및 서비스에 집중하는 프로젝트가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퍼지 펭귄(Pudgy Penguin)의 경우 캐릭터 사업 및 어린이를 타깃으로 한 장난감이나 굿즈 출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퍼지 펭귄은 귀여운 펭귄 캐릭터로 구성된 이더리움 체인 기반의 NFT 프로젝트다. 해당 개발팀은 프로젝트 수익으로 게임 제작, NFT 교육 교재 발행 등과 같은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로드맵에 담고 있었다.
특히 2022년 8월, 글로벌 장난감 회사 PMI TOYS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2023년 5월부터 실물 장난감인 퍼지 토이(Pudgy Toy)를 아마존을 통해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퍼지 토이는 출시 이틀 만에 'Toddler Stuffed Animals & Toys' 카테고리에서 베스트셀러 신제품으로 선정돼 이후 약 7개월 만에 매출 130억원을 달성했다. 시장 전반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퍼지 펭귄 NFT 가격은 최근 한 달 30% 이상 상승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아마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퍼지 펭귄 장난감 (출처=Amazon)
퍼지 펭귄의 리더인 루카 네츠는 현재 NFT 산업 전망이 밝진 않기에 웹2.0와 웹3.0 생태계를 초월하는 IP를 제작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밝혔다. 그래서 실물 제품이 필요했고 이는 퍼지 펭귄이 장난감 사업에 주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로 퍼지펭귄은 NFT 프로젝트임을 드러내기보다는 퍼지 토이를 활용해 고객층을 일반 고객층으로 확장하고 있다.
퍼지 펭귄 흥행의 핵심 비결은 루카 네츠가 밝혔듯이 웹3.0 생태계를 초월한 실물 제품 개발에 서둘렀다는 것이다. 퍼지 펭귄뿐만 아니라 BAYC 역시 의류, 시계, 음료 사업 등에 진출하며 브랜드 가치를 만들어가고 있다.
스티브 잡스는 수요가 혁신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혁신이 수요를 만들어 낸다고 믿었다. NFT의 뒤집힌 가치 창출 구조가 낯설 수 있지만, 훌륭한 브랜드 역시 수요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어려운 환경이 이어지고 있지만 견고한 커뮤니티를 바탕으로 재기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비판이 있다. 그러나 이들이 어떤 시도를 통해 어떻게 브랜드 가치를 증명해 나가는지 지켜보는 볼 필요가 있다.
원문 링크 : 딜사이트 <NFT는 브랜드가 될 수 있을까>